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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정보/귀농.귀촌 정보

귀촌, 도시락(都市樂)을 버려야 하는 이유

by Mr-후 2018.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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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도시락(都市樂)을 버려야 하는 이유



비가 미친듯이 쏟아지는 점심시간, 점심 먹고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홀딱 젖어버렸다. 

비교적 빨리 점심을 먹어 넉넉한 점심시간에 오랫만에 귀농.귀촌 정보를 옮겨 본다. 본 내용은 농민신문에 게재된 내용이다. 




최근 우리집 사랑채에 37세 된 도시 청년이 짐을 풀었다. 청년이 가져온 살림이라고해야 옷 가방 몇개와 소소한 가재도구가 전부였다. 워낙 단출해 마음만 먹으면 10분이내에 짐을 꾸려 이사가 가능할 정도였다. 

9년 전 시골살이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지은 7평 남짓한 사랑채를 거쳐간 이들이 10명이다. 대부분 혼자 사는 살림이었기에 원룸처럼 냉장고, 세탁기, 이층 침대를 들여놨다. 

지난해에는 에어컨을 새로 달았고, 차가 없는 이들을 위해 자전거도 한대 들였다. 건물이 마당과 맞닿아 우리 가족의 걸음 소리가 신경이 쓰이겠지만 조심하는 터라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을거다. 

이 청년이 오기 전에는 40대 초반의 아가씨가 살았다. 작가 지망생이었던 그녀는 팍팍한 도시생활 대신 삶의 전환을 꿈꾸며 내려온 듯했다. 그런데 3주가 다 되도록 얼굴 보기가 어려워 집 밖으로 불러낼 결심을 하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 길로 필자는 인근지역과 몇소 몇군데를 같이 다니며 가이드 역할을 했다.이어 일자리를 알아봐줬고, 시골에 사는 맛은 느껴보라며 텃밭도 빌려줬다. 

그 뒤에도 종종 아내와 함께 직접 가꾼 과일과 채소들을 건네며 도시와는 사뭇 다른 시골살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히 신경을 썻다. 음식물쓰레기를 퇴비로 만들 수 있도록 쓰레기통도 두개 마련해놓았다. 통이 다 차면 씻어 말려 기분 좋게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사 전후에는 자원봉사단을 꾸려 집수리는 물론 이삿짐 운반도 기꺼이 도왔다. 

물론 아는 후배 모두에게 비슷한 도움이나 친절을 베풀기는 어렵다. 다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러 형태로 도움을 주려 노력해왔다. 40대 작가 지망생은 스스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고 밝혀, 경험이 쌓이면 믿음이 생길 것 같아 조금 더 도운것뿐이다. 

상황이 조금씩 다를 뿐 시골살이를 처음 시작하는 새내기 농부들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필자는 교육.안내.상담 등으로 만난 후배들이 1만8000명쯤 돼서 그들이 겪는 문제가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지 잘 알고 있다. 도시보다 부담스러운 난방비에 더해 한파에 얼어 터진 수도까지 당황스러운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거기에 이웃과의 사소한 갈등과 시나브로 다가오는 봄농사 걱정 등등.... 

사람마다 고민의 갈래와 깊이는 다르겠지만, 시골 사람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농.귀촌인들만의 문제가 있다. 필자가 '도시락(都市樂)' 이라 부르는, 도시민이었을 때 몸에 밴 습성이 그것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시에서 홀로 만끽하던 것들(도시락)이 시골에서는 때로 이웃이 다가서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문을 닫아걸고 애완동물과 지내며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거나, 일년이 다가도록 정이 담긴 것들을 이웃과 주고 받지않거나, 시내에 오가며 늘 나 홀로 차를 운행하는 행위 따위다. 도시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문제될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시골에서는 다르다.조금 과장해서 이웃의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하지 않으면 궁금해서 참을 수 가 없다. 몇일만 대문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기어이 문을 두드리고 안부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곳이 시골이다. 그러니 차라리 처음부터 드러내고 사는게 속 편하다. 어차피 다 알게 돼 있으니 말이다. 

40년 넘게 도시에서 가능한 한 안주고 안 받으며 살아온 옆방 처자도 이렇게 고백했다. 

"여태까지 살면서 받은것보다 시골에서 더 많은 것을 받았네요. 오라버니를 마나려고 이제껏 그리 산 것 같아요" 

덕분에 필자에게는 속 깊고 예쁘장한 여동생이 새로 생겼다. 어제 새로 온 총각도 마찬가지다. 만나는 사람마다 동생 아니냐고 물을 정도로 필자와 닮았단다. 그에게도 후배들에게 해왔던 말을 어김없이 전했다. 

"도시락을 버려야 시골살이가 편안해집니다.!" 

머잖아 미더운 남동생이 또 하나 생길 것 같은 예감이다. 


이환의 <홍성귀농귀촌지원센터장>

여유로운 생활을 꿈꾸고 있다. 

최근 본 영화에서 김태리의 시골 생활이 인상적었던 '리틀 포레스트' , 현실과 다소 동떠어지긴 했지만 도시락을 내려 놓는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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