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 맛집 밥깡패, 해녀파스타 최고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제주 1년 이주해서 살면서 너무 좋은 사람들을 이웃으로 만들고 왔다. 아파트에 같이 살던 가족들, 그리고 첫 팀장의 첫 팀원이었던 친구, 현지 회사에서 일하면서 친해진 디자이너와 실장님들. 그리고 블로그를 하면서 알게 된 몇 몇 분들, 얼굴 조차 뵙지 못한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지냈던 것 같아 새삼, 감사를 드린다.
매년, 방어축제 때 모슬포 축제 참가를 위해 비행기표를 끊어 내려 가는데 이번에는 우리 가족끼리만 제주 리마인드도 하고 삼식양의 스타일대로 차려진 삼식포차로 회포도 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와서 그런지 제주가 더 애뜻해졌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다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 없다. 머리가 아파 디테일한 신경을 제대로 못 써서 그런 것 같다. 여튼, 제주시 해안도로를 따라 성산, 일주동로를 따라 중문까지 제주 한바퀴를 돌고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한림으로 이동했다.
환하게 불켜진 밥깡패.
여전히 분주한 모습이다. 각자의 자리와 역할로 마치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쌀쌀한 기온과 달리 단아하게 자리 잡은 가정식 밥카페 안은 온기와 연인들의 사랑으로 따뜻하게 느껴졌다. 한동안 담장 넘어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 보는데 두 녀석이 뛰어 들어간다.
옆으로 못생김의 소품샵에도 불이 환하다. 소품샵에서 뭐라도 하나씩 사서 올걸 하는 후회가 든다. 밥깡패 앱이나 하나 만들어 줄까? ㅋ
아직 영업시간 종료까진 시간이 남아 주위를 좀 배회하다 들어갈려고 했는데 들통나고 말았다. 빈손으로 오라는 말만 듣고 정말 빈손으로 왔더니 손이 민구스럽다.
매번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삼식. 반가움을 숨길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을 맞이 해 준다. 고맙다.
못생김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여전한 모습,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장님. 어쩜 그래서 두 사람이 잘 맞는 건지도 모른다. 삼각형과 사각형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법이거던... 우리 부부처럼 ^^
한림 맛집으로 자리 잡은 밥깡패는 대표적인 음식이 해녀파스타와 커리가 주 메뉴다. 메뉴판은 A4용지에 출력해서 바로 바로 사용하고 버린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메뉴 관리 방법이기도 하다.
일반 돌집을 두 사람이 직접 설계하고 리모델링해서 오픈한지 일년이 좀 넘었다. 볼 때마다 참 대단한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회사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고민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함께 했더라면... 하는 때 늦은 후회도 해 보지만 또 이것도 그 나름의 성과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위안을 삼아 본다.
앞 마당에 준비된 포토존, 정원이가 사진을 찍어 달랜다. 왠일이지? 낮이라면 더 근사할 것 같지만, 제주를 느낄 수 있게 아담한 의자와 플랭카드로 제주를 표현 해두어 앉아 사진을 찍어 보았다.
얼마나 준비를 한 것일까?
영업 마감 시간을 조금 남겨 두고 아이들과 먼저 삼식의 집으로 갔다. 상차림이 거하다. 작정을 하고 차린 듯 한데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년세로 산다는 집도 너무 넓고 좋아서 한참을 집구경하고 가칭 삼식포차에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밤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잠이 든 것 같다. 먹고 마시고 노는 동안, 아이들은 삼촌과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고 너무 즐거웠던 모양이다.
마치 리조트에 온 것 같은 편안함으로 먹고 마시고 쉬고 씻고 다시 밥깡패를 찾았다. 11시 타임으로 예약이 되어 있어 시간 맞춰 갔더니 또 한 상 거하게 차려 준다. 어제 먹은 것도 아직 소화가 안돼었는데 말이다.
해녀파스타는 시간이 갈 수록 더 거침없이 맛있어지고 풍미가 진해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대표 음식이 될 만했다. 정원이는 파스타를 먹으면서 연신 최고라는 표정을, 성원이는 맵지 않은 흑돼지 품은 커리를 먹으면서 최고라고.. 결국 한 판 혼자 다 먹은 성원.
토마토 고추 커리
여친 따라 온 남친 메뉴, 불끈고추 (이름이 재미있다.)
성원이가 완판한 흑돼지 두부 커리
흑돼지를 노릇하게, 고소한 크림 커리
<청포도 에이드 사진 잘 나와>
이게 메뉴의 이름이다. ㅋㅋㅋㅋ 재치가 넘치는 이름, 삼식답다.
<이게 진짜 자몽주스>
자몽이 넘쳐 난다. 헉 ~ 자몽만으로 배불러 ~
혹시, 아이들과 찍은 사진이 있냐고 물으니 없단다. 두 녀석 사진만 있어서 카톡으로 받아서 올려 본다.
그렇게 신세만 지고 정만 가득 받고 두서 없이 떠나 와야 했던 순간이 늘 아쉽다. 제주 살 땐 그래도 또 보자는 말이 쉬웠지만 이제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의 시간 만큼 자주 볼 수 없음이... 뭐 언젠가는 다시 제주에 꼭 갈거니까. 기다려 ~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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