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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과 버킷리스트 , 급하게 결정 하지 말자

by Mr-후 2017.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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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과 버킷리스트 , 급하게 결정 하지 말자


나의 고향은 지리산 자락 밑에 작은 시골 마을이다. 정확히 지리산 자락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경상남도의 작은 산골자기에 있는 마을이다. 예전부터 물이 맑고 많아 사람 살기가 좋아 꽤 큰 마을을 형성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대부분 연로한 어르신들 위주로 마을이 유지되고 있는 편이다. 귀농 인구 보다는 마을 윗쪽 옛 마을터(6.25전) 쪽에 땅을 사 별장 형태와 펜션 형태로 속속 몇 가구가 들어가 있는 상황이고 아래 마을보다 윗쪽에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이 덜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 어떻다 말을 하기 어렵다. 


나도 역시 최종 버킷리스트는 '귀농.귀촌' 이라고 할 수 있고 좀더 편안한 삶을 위해 열심히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리는 중이라 할 수 있다. 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조금씩 차근차근 준비를 해서 귀농을 준비하는 과정 마저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옮겨 본다. 


본 글을 농민신문 / 박호진 <전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님의 글이다. 


평생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 혹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적은 목록을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고 한다. 


귀농 교육을 시작할 때 귀농을 생각하게 된 동기나 혹은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애기 나누는 시간이었다. 40대 초반의 한분이 버킷리스트를 꺼내 놓았다. 젊은 나이에 실직 하고서 '때는 이때다!' 하고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천한 이야기를 털어났는데, 리스트는 대충 이러했다. '한달 동안 방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뒹굴뒹굴하기,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게임 하나를 완전 정복하기, 국내 둘레길 여행하기' 등 이었다. 그동안 고생한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며 1년 가까운 휴식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버킷리스트의 마지막은 귀농' 이라며 자기소개를 마쳤다. 많은 예비 귀농인들의 자기소개 중 가장 인상 깊었다. 


그분은 귀농 교육을 마치고 바로 귀농을 실행에 옮겼다. 지금도 마을 할머니들과 농사를 지으며 바쁜 기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간간이 듣는다. 

이제 귀농은 누구나 한번은 실행에 옮겨야 할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뿐아니라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는 지방자치단체에선 주요 의제로 떠오른지 오래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2025년이면 65세 이상이 20%가 넘는 초 고령사회로 접어든다고 한다. 귀농 인구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사망 등으로 인해 자연 감소하는 시골 인구를 대체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요즘 '사회적 귀농'이라는 말도 들리기 시작한다. 귀농.귀촌인들이 몰리는 몇몇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골에서는 사회의 공적 서비스나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보건소나 도서관이 문을 닫고, 조그만 슈퍼마켓 하나 찾아보기도 힘들다. 이미 대부분의 주민들이 고령화되 있으니 새로 유입되는 귀농인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지역에 공적인 역할을 수행할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한편으로는 시골에서 필요한 공공의 역할을 귀농인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는 어찌 보면 필연적인 현상일 수 있다. 


'귀농이 곧 농업' 이라는 산업적 측면으로만 바라보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골에서는 농사짓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사회적 역활을 하지 않더라도 시골로 이사를 가는 것 자체가 도시의 과밀한 인구를 지역으로 분산시켜주고, 그로 인해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 이제는 귀농이 도시와 시골의 불균형을 해소할 사회적 운동이 된 셈이다. 

경북 봉화에서 귀농상담을 하는 분이 마을로 들어오려는 예비 귀농인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1년 동안 편히 쉬면서 마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동안 도시에서 힘들었던 만큼 스스로에게 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또 귀농 후 마음만 앞서 집짓고 농사 규모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다가 지쳐 나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아서다. 필자에게는 '버킷리스트처럼 꼭 한번 도전해볼 만한 것이 귀농이라면 좀더 느긋하게 귀농의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은 금물이다. 귀농을 선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 그만큼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리고 귀농 자체만으로도 스스로가 지역을 살리는 작은 단초가 된다는 자부심을 가진다면 시골의 낯설음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출처: 농민신문 / 박호진 <전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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