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적응을 위한 인사법(고개 숙일수록 관계 부드러워진다)
40대 가정이 귀농을 할 때 어린 아이들이 있으면 힘든 부분이 있지만, 의외로 또 아이들 덕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어르신들의 눈에 금방 띈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싹싹하고 씩씩한 아이들이라면 마을에서 사랑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제주에 갔을 때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아들 정원이가 유치원에 다니면서 엄마들끼리 쉽게 어울릴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어른들 끼리만 살았다면 좋은 이웃들을 만난다는건 엄두도 못낸다.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면서 인사만 잘해도 얻을 수 있는게 많다는 것, 그리고 내 집 문앞을 개방 해두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귀농을 하거나 귀촌을 하고자 한다면 먼저 마음을 열고 내려 놓은 뒤 고개를 숙이고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오늘은 <홍성귀농귀촌지원센터장> 이환의님의 농민신문 기고 글을 옮겨 보겠다.
귀농 후 10년이 되던 해에 도시인에서 농민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자축하며 시골살이의 경험을 정리해 '귀농.귀촌에 실패하는 열가지 비결'을 정한 적이 있다. '집부터 지으면 실패한다.' 로 시작되는 전문은 여섯번째가 '인사성이 없으면 실패한다'였다. 후배들을 교육하기 위한 극적 표현이었지만 뒤집어보면 성공을 위한 십계명으로 불러도 좋을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시골에서 인사란게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하는 관계의 기술이다. 시골을 시골답게 하는 특유의 작동 원리다. 단순히 만나는 동네 사람 누군가에게 고개나 허리를 숙이는 정형화된 동작이 아니다. 그건 그냥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인사다. 이 두가지 차이를 제대로 알아차려야 새내기 귀농인의 농촌살이가 편안해진다.
우리 부부는 마을에 적이 없는 편이다. 우리 부부를 나쁘게 말하거나 깍아 내리려는 사람들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동네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적은 없지만 지역에 18년간 살면서 아직까지 누구와 얼굴을 붉히거나 큰소리를 낸 기억이 없다. 대신 때마다 마주치는 분들께 인사는 물론 누군가의 어려움을 그냥 지ㄴ치지 않았다. 논이나 수로에 빠진 경우기나 트럭이 보이면 늘 트랙터와 사륜구동차로 문제를 해결했고, 사고나 질병으로 영농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는 바빠도 찾아가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렸다.
마을 창고를 회관으로 개축할 때도 동네에 이삿짐을 풀기 전이었지만 자청하여 함께 비지땀을 흘렸다. 어느 해 겨울에는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청하지 않았는데도 김장을 버무려주신 아주머니들께 맛난 귤을 한상자씩 안겨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람을 쓸 때도 점심 후에 아주머니들이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집안으로 들여 한숨 주무시도록 배려했고, 주인과 일꾼이 아니라 딸네 집에 다니러 온 장모님처럼 살갑게 대했다.
인사란 글자 그대로 사람의 일로, 조금 더 의미를 넓히면 사람이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씀이 "어디 가서든지 인사를 잘해라"였다. 즉 누군가를 보면 먼저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낮춰 겸손의 예를 다하라는 뜻이리라.
시골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동네 집과 땅을 구해 들어온 도시인은 낯선 이방인에 다름 아니다. 그이가 동네에 득이 될지 해가 될 사람인지 알려면 일정한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낯선 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지금까지 무탈하게 꾸려온 마을공동체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가까이 일종의 수습 혹은 적응기간으로 삼고 온전히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는 비단 면 단위 농촌의 일만은 아니다. 소도시인 홍성 읍내로 삶터를 옮긴 레커차 기사로부터도 비슷한 하소연을 들었다. 그이 왈, "처음 3년간은 아예 쳐다도 보지 않더라고요 한 3년 지나니 아는 체도 하고 도움도 주며 천천히 다가옵디다!"
지방의 소도시가 이럴진대 공동체의 질서와 원형이 남아 있는 농촌 마을은 말할 것도 없다. 동네분들도 나름대로 신입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매우 다행스러운 것은 초보자에게는 진입장벽일 수 있는 검증절차가 너무 허술해서(?)마음만 먹으면 금세 허물 수 있다는 점이다.
그저 공동작을 포함한 동네 대소사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만나면 먼저 고개를 숙여 밝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혹시라도 바쁜 일이 있어 동네 사람들이 버스를 대절해 놀러갈 때 참석하지 못하면 출발 전에 슬그머니 봉투를 마을 대표자에게 내미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을에 큰 행사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내다보면 어느새 당신은 마을에서 '인사성 박은 이'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물론 봉투보다 앞서야 하는건 지금껏 동네를 가꾸고 지켜온 마을 사람들에게 향하는 경의와 인정이다. 바꿔 말하면 사람 사이의 지켜야 할 도리다.
출처 : 농민신문 / 이환의<홍성귀농귀촌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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