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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호박전과 파전, 그리고 산청막걸리

by Mr-후 2017.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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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전과 파전, 그리고 산청막걸리


이번 년도 추석연휴가 긴 덕에 부산여행도 다녀오고 고향집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온 것 같습니다. 

추석 전날, 마당 한 켠에 자라고 있던 호박 덩쿨에서 어린 호박 몇 덩이를 따서 호박전을 붙혀 먹었는데 어찌나 부드럽고 맛이 좋던지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평소 밀가루를 좋아하지 않는 아내는 담백하면서 호박 고유의 맛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다 합니다. 

깨끗하게 손질된 어린 호박, 그리고 실파 몇 개를 뽑아 재료 준비를 마쳤습니다. 

나중에 자라면 늙은 호박이 될 이 어린 호박은 아직 솜털이 붙어 있는 부드러운 호박입니다. 잘게 채를 쓸어 준비를 한 뒤에 실파를 섞어 약간의 밀가루와 버무려 놓아 둡니다. 

부엌 바닥에 넓게 자리를 펴고 어머니와 아이들과 함께 제법, 명절 분위기를 내 보았습니다. 

자주 찾아뵙고 시간을 보내면 좋은데 정작 잘 안되는게 문제입니다. 고향집이 조금 더 가까웠더라면 좋았을지 모르겠네요 ^^ 

막걸리와 한 잔 할 생각에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였습니다. ㅋ 


보통 부침개나 전을 생각하면 고소한 밀가루가 떠오는법인데 아내는 두꺼운 밀가루는 싫다고 하면서 

얇게 부쳐내고 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초딩 입맛에는 잘 안맞겠죠? ㅎㅎ 고소한 튀김가루나 밀가루가 어느 정도 살이 있어야 제 맛인데 ㅎㅎ 


물을 살짝 넣고 젓가락으로 휘리릭! 저어 재료가 손상되거나 무르지 않도록 한 다음 

계란을 하나 깨서 잘 풀어 그릇에 담아 둡니다.  




잘 달구진 후라이팬에 식용유를 넣고 준비된 호박전을 고루 넓고 얇게 펼칩니다. 

치이익 ~ 전이 익는 소리가 들립니다. 

완전 좋은 소리, 듣고 있으면 배고프고 맡고 있으면 배고프고 @@ 

눈과 귀가 행복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호박이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습니다. 

이가 없는 어머니도 무난하게 드실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웠습니다. 아이들은 전보다는 계란 옷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호박전과 함께 산청 맑은 술이 빠질 수 없습니다.

요즘 산청 맑은술에 빠져 한번 내려갈 때면 1.7리터 두명은 먹고 올라오는 것 같네요 ㅎㅎ 

깔끔하면서도 살짝 탄산이 들어 있어 마시기 딱 좋은 막걸리입니다. 

한 낮부터 부엌 바닥에 신문지 깔로 두 부부가 앉아서 호박전에 막걸리 파티를 하고 있습니다. 

그저 이런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시는 어머니. 

늘 혼자 조용히 계시다 북적거리는 소리만으로도 좋으신가 봅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번은 내려가 뵙고 와야겠습니다. ^^



호박전에 들어간 실파가 압권이라면서 너무 맛있다는 말을 들으신 어머니가 마당 한켠에서 조금더 뽑아오셔서 손질까지 해서 주신 실파, 어찌나 부드럽던지 다른거 하나 없이 계란옷만 입혀서 살짝 열에 구워 내니 완전 기가 막힙니다. 

만원짜리 파전이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실컷 먹고 마시고 노느라 오후 해가 쑥 내려 가는 사이 원주에서 큰아빠가 왔다면서 정원이가 마중을 나갔습니다. 

엄마, 아빠보다 더 좋아하는 큰엄마, 큰아빠가 왔으니 또 2차를 달려야겠더라구요 ㅎㅎㅎ 

일년에 한 두번, 가족이 모이는데 나이가 들 수록 그 시간이 더 소중해지는 느낌입니다.. 

이제 매년 추석 때면 호박전 부쳐 막걸리 마실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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