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에 꽤 많은(?) 포스팅이 올라온 '원뎅이골' 은 그진 20년 정도는 다닌 단골집이다. 서울에 올라와 매형을 따라 다니면서 알게 된 이 집은 오래된 한옥 건물이 식당으로 개조된 곳이다. 방마다, 거실마다 테이블이 놓여져있고 언제나 다정한 고양이들이 그르릉 거리면서 누워 있는 마당이 있는 집이다.
한아름 크기의 은행나무가 마당 수돗가에서 자라고 있고 대청마루 창너머로 담장 호박넝쿨을 감상하며 식사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원뎅이골이다.
아마 한두달에 한번 이상은 가는 곳인데 요즘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높아져 자주 가지는 못해도 이른 시간대에 저녁을 먹고 올 때가 있다. 일정앱에 원뎅이골 갔다온걸 찾아보니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아마 지금의 회사 1차 면접이 끝난 날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온게 마지막이다.
덕분에 결과도 좋아 지금 열심히 근무 중이다. ^^
오리로스라고도 하는데 생오리 구이집이다.
예전에는 보신 음식도 했던 곳인데 이제 더 이상 보신 요리는 없고, 오리, 닭, 능이를 이용한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능이백숙을 먹었던 적이 있는 능이의 향이 특이해 계속 생각이 나기도 한다.
오리고기는 뺏어서라도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는데...
예전에 늙으신 노모를 모시고 식사를 위해 갔던 곳이기도 해서 나름 나에게 많은 추억을 선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몸을 추스리기 위해서도 오고,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도 하고, 함께 하고 싶은 가족, 친구들과도 함께 오고 그렇게 20년은 훌쩍 넘었을 것 같다.
워낙 이런 느낌의 식당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무뚝뚝한 듯 하면서도 친근하고 살뜰한 쥔장이 마음에 들어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음식이 내 입맛에 맞고 푸짐해서 더 좋아하는 곳이다.
새송이 버섯을 길게 찢고, 마늘을 올리고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잘 구워 직접 기른듯한 쌈채소와 잘 무쳐진 콩나물, 쌈장, 고추를 올리고 한 점 싸서 먹을 때면 입안이 든든해지는 느낌이다.
뭐, 술쟁이한테는 이만한 안주도 없을 것이다.
한바탕 손님들이 휘몰아치고 간 모양이다.
우리가 찾는 시간대는 늦은 점심이 끝나고 저녁 장사를 시작하기전 최대한 손님이 없을 때 주로 방문을 한다. 물론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식사시간대 가긴 하지만...
다른 곳도 여파가 있지만 원뎅이골도 코로나19 여파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조만간 다시 한번 찾아가야겠다. ^^
원뎅이골은 메인 음식 주문과 함께 식사를 주문하게 되는데 솥밥으로 나오기 때문에 미리 해두어야 한다. 물론 나중에 공기밥을 따로 먹어도 되지만 누룽지와 함께 숭늉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솥밥을 주문 받는다.
4인 가족 기준 오리 한마리와 솥밥 2개를 주문하면 구이를 먹고 나면 나오는 매운탕과 솥밥, 누룽지를 먹으면 적당(?)한 양이다.
우린 술과 함께 먹는 바람에 배가 터질 지경이긴하다... 처음에는 솥밥을 3개 주문했다가 꾸역구역 밀어 넣었던 경험이 있다. ㅋㅋ
이 매운탕이 참 끝판왕이다. 사실 이 매운탕을 먹으로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막내 성원이를 빼면 셋이서 아주 환장을 하고 먹는데, 이 매운탕만으로 소주 2병은 거뜬히 비운다. 그만큼 끝내주는데...
맛의 절정은 계속 끓여 잘 우려낸 국물맛이다. 살을 바르고 진국이 될때까지 기다려 솥밥의 보들보들한 쌀밥과 말아서 김치를 올리고 한숟가락 하면 절로 '캬아' 감탄사가 쏟아진다. 더 기가 막히는건 이제 중1 되는 큰 아들 녀석의 표현이라는 것. ㅋㅋㅋ
그렇게 환장을 하고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들어난다.
깨끗, 깨끗하다.
이렇게 완벽하게 긁어 먹고 나와 언덕길을 걸어 집으로 온다.
배가 너무 불러 우이천이라도 걸어야하나? 고민하다 이내 집으로 발길을 돌리고 마는 ...
날이 좋으면 운동 열심히 하자!!
내 집처럼 편안하게,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는 식당.
누가 뭐라든 내가 좋아하는 식당들은 딱 딱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좋은 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만찬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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