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제 자작나무숲을 다녀오면서 먹었던 황토집이라는 포스팅을 작성했는데 오늘은 실제 자작나무 숲을 다녀온 포스팅을 올려본다. 별 생각없이 자작나무숲은 그냥 찾아가면 바로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검색 후 포스팅으로 볼 때도 별 생각없이 숲(?) 만 본 것 같다. 정말 아무생각없이 찾아갔다가 나름 고생아닌 고생을 한 경험이다.
서울과 달리 강원 오지 산골이라는 점도 배려하지 못한 덕에 눈이 아직도 있을거라는 생각은 1도 안하고 갔다가 울지도 웃지도 못할 헤프닝을 벌이고 온 곳, 인제 자작나무 숲.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핫플레이스로 유명하다고, 찾는 연인들이나 인증샷 찍는 무리가 꽤 많았다. 서울에서 인제 자작나무숲까지는 대략 한시간 삼시분(1:30) 정도 소요되었는데 마침 날이 따뜻하고 맑아 좋았다.
코로나19로 사람이 없을줄알았지만 그건 오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좀 빨랐을 뿐, 내려오는 시점에는 인산인해. 눈 덮힌 자작나무숲길이 따뜻한 햇살로 녹아내려 질퍽질퍽. 신발은 온통 흙탕물로 범벅이 되었고 아이들은 넘어지길 반복하면서 바지까지 다 젖어 막내 녀석은 바지를 벗겨서 서울로 돌아왔다.
2020/05/19 - [맛있는 이야기] - 인제 자작나무숲 맛집, 황토집에서
인제 자작나무숲에 도착해서 올라 갔다 내려온 사진들. 흔치 않은 즐거움도 있었기에 많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자작나무숲 탕방로는 상당히 복잡하고 긴 코스도 있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눈이 소복하게 쌓여 차단된 곳도 많고 낮선길이라 큰길로만 따라 올라 갔다.
생각보다 가파른 등산로를 한참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자작나무 숲.
꼭 미리 알고 가야 힘듦을 감내할 수 있다. ㅎㅎㅎ
유명세를 겪고 있는듯 이용수칙이 가장 기본적인 사항들인데 잘 지켜지지 않는 듯 하다. 오르기전에 꼭 읽어보고 이용수칙을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잘 지키면서 초록초록한 자작나무숲을 둘러볼 수 있으면 좋겠다.
5월 1일 다시 개방했다고 하니 초록초록할 때 한번 더 가볼까?
나무를 사랑합시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길을 건너 입구에 도착하니 입구쪽은 기온이 높아 눈이 대부분 놓았고 질퍽질퍽한 길이 우리를 맞이했다. 이내 아이들과 아내는 눈살을 찌푸덩거리며 왜 여길 올라가야하냐고 타박이다. 그래도 저기 앞에 보면 다정한 연인이 이 질퍽한 길에도 손을 꼭 잡고 잘 올라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라고 올라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ㅋㅋㅋ
본격적인 입구 전에 우측 텐트에서 버섯과 1회용 아이젠을 판매하고 있다. 만약, 겨울에 가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꼭 아이젠을 챙겨가길 바란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등산에 부담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마음 먹고 종일 여기저기 걷고 온다면 꽤 괜찮은 코스일 듯 싶다. 아이들과 다 훑고 내려오긴 부담스러운 코스.
그래도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건 아주 긍정적인 일이다. 유럽에서는 산을 보기 위해서 5~6시간을 달려가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부터 오르막길이다.
눈이 녹다 얼어서 빙판길이다. 일부는 녹아 진흙탕이고 일부는 얼음이고 일부는 눈이다.
두 아들 녀석은 이때까지만 해도 걷기 싫다고 난리다.
하는 수 없이 막내 녀석만 데리고 손을 잡고 끌고 올라갔다. 마스크를 하고도 잘 올라간다. 이때까진 좋았다. ㅎㅎ
난 조금 힘든것 빼고는 너무나도 친숙한 풍경이고 환경이라 걷는 내내 좋았다. 시골 고향집에 온 듯 한 느낌? 어릴때부터 익숙하게 타고 다닌 산이라 소나무가 아닌 자작나무가 많다는게 신기할 뿐. 그저 좋았다.
한참을 서둘러 올라오다 내려다 보니 아내와 큰아들이 헥헥하면서 올라온다. 아마 시작시점에서 3/1정도 구간인듯
이 구간을 넘어가니 기온이 좀더 떨어지는 듯 녹지도 않은 눈이 푹신푹신할 정도로 쌓여 눈사람을 만들어둔 곳도 있다.
세상에... 2월 말에 그것도 인제에서 눈구경 어려웠던 2019-2020년 시즌. 이날 다 하고 내려왔다.
푹신푹신한 눈이 너무 좋았다. 이때부터 아이들도 기분이 급 전환되었다. 하얀 눈을 보니 똥강아지 본능(?)이 나오는 듯 온 눈밭을 다 헤집고 뛰어다닌다.
대체 자작나무숲은 언제 나오냐고?....
노래를 부르던 녀석들이 하나씩 지쳐갈 무렵, 사잇길로 들어서니 온통 하얀 눈밭에 나무까지 하얀 자작나무 숲이 펼쳐졌다. 제대로 둘러보려면 좀더 걸으면서 둘러바야하지만 두 아들 녀석과 아내에겐 그런 인내가 남아있지 않았다.
포토존이라 생각되는 곳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정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자작나무다.
살림조성을 위해 사람이 인위적으로 가꾼 숲이지만 이제 인제를 대표하는 명품숲이 되었다. 찾는 이들의 발길도 엄청나다.
눈밭에, 흙탕물에 걸어 올라오느라 고생은 했지만 보람 있었던 자작나무숲길. 그 곳에서 건진 소중한 인증샷.
얼굴에 다 사과 2개씩 달고 찰칵!!!
인생샷? 뭐 그런거 따라 흉내 내봄. 그러나 ..
가로 버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긴 했다. 초록초록할 때는 더 좋을것 같다.
엄청난 양의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와 머리를 맑게 하고 기운을 북돋아 준다는데 이번 주말에 한 번 더 가자고 건의해바야겠다. ^^;
파노라마 모드에서 찍었는 사진이 좀 심하게 왜곡 되는 점이 있다.
그만큼 넓고 광활하게 펼쳐지는 자작나무숲이라 다들 한번씩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눈이 녹자 습도가 많아져 눈이 잘 뭉쳐진다.
벤치에 앉을 수는 없지만 대신 꼬마 눈사람들이 휴식 중이다.
내려오는 내내 장난으로 일관하면서 내려왔다. 덕분에 신발과 옷은 다 젖었지만 두 녀석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하다. 올라갈때와 달리 내려올 때는 아이들이 스키를 타듯이 눈에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면서 재미가 제법 좋았던 모양이다.
더 더워지기 전에 바람 쐬러 한번 더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싱그러운 5월 가족 나들이 계획으로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2020.02.29,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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