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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주절주절

장마

by Mr-후 2020.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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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내린 비가 종일 이어질 모양이다. 

최근 몇 년동안 제대로 된 장마가 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올 해는 징하게 온 듯하다. 앞으로 일주일동안 비 소식이 계속 들어있다.

몇 일 술을 먹지 않아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비교적 수월하다. 대신 살은 더 찌고 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많아지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내게도 보이기 시작한다. 

항상 술에 의존해 농사일을 하고 술병이 나 몸져 누워있길 몇 일, 그리고 다시 온전해졌다 싶으면 다시 반복되는 일상들 때문에 술에 쩔어 살이 쪽 빠진 왜소해진 모습이 눈에 아련거린다. 어쩜 그렇게도 많이 힘들었을지 모른다. 

 

월,화,수,목,금,토,일 비.비.비.비.비..... 

 

요즘은 어릴 때 읽었던 청개구리 이야기가 생각난다. 

엄마 말 안듣고 반대로만 살던 아기청개구리가 엄마청개구리가 죽으면서 냇가에 묻어다라는 유언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유언을 따랐고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 무덤이 떠 내려갈까 노심초사 하며 운다는 이야기인데 ... 

앞의 설정은 좀 그렇다치더라도 늙고 병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옆에 모시고 나니 살아 계실 때보다 더 걱정이 많은 건 청개구리 같은 짓을 하고 살아서일까? 

비가 와도 걱정, 비가 안와도 걱정, 바람이 불어도 걱정이다... 그렇게 그렇게 마음이 애잔하다. 

볼 수 있었을 때 한번 더, 한번 더 보고 했으면... 바보같이 후회하고 남은 생을 살아가야 하는 바보같은 아기청개구리가 된 듯 하다. 

촉촉한 장맛비처럼 내마음도 촉촉히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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